남화영 골프 칼럼니스트의 가을 골프 "태안이거나 설악이거나"


단풍이 짙어지는 가을 나들이에도 바다인지 산인지가 갈린다.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 골프&리조트는 서해의 황금빛 낙조와 어울린 가을의 정취가 절정에 이른다. 강원도 속초의 플라자CC 설악은 가을이면 최고의 시즌을 맞는다. 오색 단풍처럼 코스에서의 난이도는 다채롭고 뚜렷해진다. 


남화영 골프칼럼니스트

전 골프다이제스트 편집부장, 세계골프여행기자협회(IGTWA) 회원, 세계 100대코스 한국 패널.


서해의 황금 낙조를 품은 골든베이 골프&리조트

지난달 개최했던 한화금융클래식은 5년째를 맞은 올해 역시 높은 난이도에 수준 높은 플레이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 대회는 발목까지 차오르는 깊은 러프, 개미허리만큼 좁아진 페어웨이, 그리고 단단하고 빠른 그린으로 유명하다. 초대 챔피언 최나연에서 시작해, 유소연, 김세영, 김효주 그리고 올해의 노무라 하루까지 최고의 선수들을 가려냈었다.  



골든베이 골프&리조트의 코스 설계자는 골프 여제(女帝) 아니카 소렌스탐이다. 여제는 바다와 산, 계곡이 함께 어우러진 지형적인 특징을 최대한 반영한 골프 코스를 꿈꿨다.


여제는 바다와 산, 계곡이 함께 어우러진 지형적인 특징을 최대한 반영한 골프 코스를 꿈꿨다. 리조트 코스인 만큼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골프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면 코스 팀은 석 달 전부터 잔디 관리에 들어간다. 12억 원의 최고 상금이 걸린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편안했던 리조트 코스는 100일 만에 살벌한 토너먼트 코스로 변모한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러프는 짧아지고 코스는 다시 편해진다. 


지난 2010년 9월 충남 태안의 바다가 보이는 해안가에 들어선 시뷰(Sea View) 코스 골든베이 골프&리조트는 태안해안국립공원 내에 자리 잡은 휴양형 골프리조트다. 70만 평의 널찍한 면적에 27홀 코스와 56실의 골프텔이 있다. 세 개의 코스는 그 이름처럼 바다, 산, 계곡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션 코스(파36, 3,082m)에서는 서해 바다를 넓게 조망할 수 있어 좋다. 특히 파3 2번 홀은 그린 뒤 암석 너머로 바다가 펼쳐지는 전경이 아름답다.

밸리 코스(파36, 3,299m)는 호수와 벙커를 아기자기하게 배치해 분지형 지형에 아늑하고 목가적이다. 마운틴 코스(파36, 3,242m)에서는 산악 지형의 변화무쌍한 홀 배치가 특징이어서 전략적인 플레이를 해야 한다.  


골든베이 골프&리조트는 하루에 후딱 다녀올 곳은 아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고 당진 IC에서 빠져나와 태안반도 끝까지 가야 한다. 27홀 리조트라서 가을 단풍놀이 삼아 1박2일로 다녀오기에는 딱이다. 주변에 둘러볼 여행지로 태안 8경이 있다. 백화산을 시작으로 안흥성, 만리포해수욕장, 신두리 모래백사장, 몽산해변 등이다.  



하루쯤 푹 쉬어야 하는 이유는 골든베이 골프&리조트에서 놓쳐서는 안 될 것이 황금빛 낙조이기 때문이다. 오전에 서울을 떠나 라운드를 마칠 때쯤이면 서쪽 해안으로 지는 저녁놀을 감상할 수 있다. ‘낙조가 별다른 게 있을까?’ 싶지만 마운틴 6번 홀 그린에서 운무 속에 울긋불긋 기우는 저녁놀은 공들여서 기다려 볼만하다. ‘골든베이’라는 골프장 이름이 거기서 나왔다.  


클럽하우스와 골프텔은 이탈리아 중부 해안 휴양지 투스카나를 축소해 옮겨놓은 것 같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투스카니의 태양 아래서>, <잉글리시페이션트> 등에서 나온 목가풍의 투스카니는 로마시대부터 유럽인들에게 드넓은 곡창지대와 포도밭으로 유명하다. 끼안티와 같은 이탈리아 최고급 와인의 대명사인 투스카나는 바다에 접한 이 지역에서 난다. 세계 4대 해안이자 유명 인사들의 휴양지인 아말피 해안 언덕을 따라 조성된 노란색 빌라들이 동화 속 마을처럼 펼쳐진다.    


골든베이 골프&리조트도 노랑과 오렌지색이 주를 이루는 클럽하우스에 석재와 목재, 기와 등 소재를 써서 유럽식의 아늑함과 고풍스러움을 살렸다. 10년 이상 된 스카이로켓 향나무를 전국에서 수소문해 클럽하우스 주변에 식재했다.

56개의 객실을 가진 골프텔은 2개의 마스터룸 형태의 공간 배치로 한 객실 내에서도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도록 설계됐다. 라커룸과 레스토랑에서는 애절한 선율의 깐소네가 배경 음악으로 깔린다. 


태안에는 4계절 해산물이 풍부하다. 겨울에는 굴과 숭어회, 광어회가 좋고, 봄이면 주꾸미와 대합이 주를 이루며, 여름엔 갑오징어 회에 꽃게탕, 가을이면 전복구이에 대하회가 좋다. 전국 최대의 자연산 대하 집산지인 안면도에서는 가을이면 대하축제가 열린다. 크기가 20cm 안팎에 달하며 육질이 쫀득하고 맛이 담백하다. 저녁이면 채석포에서 잡아올린 몸통 길이만 20cm가 넘는 대하(大蝦)회를 먹으면 쫀득쫀득함이 오래 기억된다. 게다가 대하 머리를 넣어 삶은 새우 라면은 별미다. 오렌지빛 감도는 투스카나 풍의 골프텔에서 하루를 묵은 다음날 코스를 달리해 라운드 하고, 시간 내서 백화산, 안흥성 등 태안 8경 중에 한 곳을 들렀다가 올라오는 스케줄을 잡으면 알찬 1박2일 가을여행이 된다. 



설악산 속에서의 단풍 라운드 플라자CC 설악 

강원도 속초의 플라자CC 설악은 가을이면 최고의 시즌을 맞는다. 설악산의 얼굴이랄 수 있는 울산바위를 병풍 삼아 조성된 플라자CC 설악은 가을 단풍과 어우러질 때 더욱 빛을 발하는 코스다. 예전에 이 코스를 다녀간 골퍼라면 이 코스가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세 가지 사실을 반길 것 같다. 



우선, 당일 골프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미시령 터널이 개통되면서 서울서 속초까지 거리는 2시간 내외로 단축되었고, 골프장은 터널을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진입한다. 경춘선에 더해 오가는 길이 막히지 않으니 구석에 위치한 경기권 코스보다 길거리에서 버리는 시간이 짧다.



둘째는 올드와 뉴의 조화다. 30여 년 전인 84년에 코스가 처음 들어섰으니 홀 주변으로 자란 나무들은 울울창창 숲을 이뤘다. 홀마다의 독립성은 국내 수준급이다. 나무들은 이곳이 세월과 더불어 잘 안착되었음을 소리 없이 증명한다. 그러면서도 구태의연하지는 않다. 옛 코스의 수림에서 새 코스의 장점이 빛난다. 


예전에 이곳을 이용했던 골퍼들은 투그린 코스로 알고 있지만, 2007년까지 세 번에 걸쳐 코스 리노베이션이 진행되어 18홀 전체가 원그린으로 개편되었고, 높낮이가 조정되면서 보다 챌린징해졌다.

홀마다 티잉 그라운드들이 높이자 그린의 핀이 보이는 홀들이 늘었고, 이는 ‘홀의 전략을 세우기에 좋아졌다’는 고객의 반응으로 되돌아왔다.

더군다나 이곳은 설악 단풍의 중심이다. 13번 홀에서 보이는 울산바위 주변으로는 이미 오색의 단풍이 깊었다. 홀마다 소나무를 비롯해 각종 나무들이 색을 갈아입는 모습을 감상하는 묘미 때문에 이곳의 가을 라운드는 평일에도 꽉 찬다. 



플라자CC 설악의 세 번째 특징은 세월이 지날수록 홀마다의 전략적인 특징이 뚜렷해진다는 점이다. 대한골프협회에서 코스 레이팅을 측정한 바에 따르면 블루티에서 72.8, 화이트에서 71.3, 레드에서 72.2로 난이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리조트 코스인 만큼 코스 자체가 어려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쉽게 봐서는 혼쭐이 난다. 지난 7월 이 코스에서 두 번에 걸쳐 한국남자골프(KPGA) 챌린지 투어를 치른 젊은 선수들은 미묘하게 구분되는 난이도에 천당과 지옥이 오갔다.



잔디는 야지에 중지가 혼파 되어 있다. 8월에 돌아본 코스 밀도와 상태는 촘촘하고 빳빳해 최상의 품질이었다. 벤트그라스 그린은 빠른 스피드와 미묘한 브레이크를 구석구석 숨겨놓고 있었다. 처음 온 골퍼라면 라인을 금방 파악하긴 어려울 정도로 까다롭기도 했다. 그린이 어려워도 크게 걱정할 것 없다. 캐디들은 속초와 가까운 이점 때문인지 이직률이 거의 없어서 숙련된 그린 파악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리조트 특성에 맞는 친절한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
부지 총 48만 평에 무려 1,564실에 이르는 리조트와 워터파크를 가진 종합 리조트로 자리 잡았지만 플라자CC 설악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건 87년 한화에서 인수하면서부터다. 숲 속의 산장을 닮은 클럽하우스에는 기둥과 천장에서 풍기는 천연목의 향기가 실내를 은은히 흐르고 있다. 라운드를 마치면 온천욕을 할 수 있다. 지하 680m에서 하루 3000톤씩 용출하는 49도의 천연 온천수가 일품이다.

아침, 점심 식사인 진부령 황태국은 꾸덕꾸덕 제대로 건조한 황태에 깨를 넣어 우린 뽀얀 흰색의 국물이 진국이다. 오후 4시 이후에만 나온다는 짬뽕은 속초에서 구할 수 있는 온갖 해산물이 한 도가니 그득 담겨 나온다. 짬뽕은 별미로 소문나서 속초 시내에서도 일부러 먹으러 올라오는 애호가까지 생겨났다.




신고